사람도마찬가지입니다. 존재만으로도눈에띄는사람도있지만,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제역할을하는사람도있습니다. 저에게 배우김주혁은그런사람이었습니다. 그가우리곁을떠나고나서야그가남긴것들을다시돌아보게되었죠. 다가오는 10월 30일은그가하늘의별이된지 5년째되는날입니다. 목도리를맬계절에떠났던, 목도리같던사람故김주혁배우를떠올려보았습니다.
출처 : 하퍼스바자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17년 10월 30일,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할 무렵에 뜻밖의 비보가 들려왔습니다. 배우 故 김주혁의 안타까운 교통사고 소식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그의 안녕을 기도했지만, 하늘은 무심하게 그를 안고 떠났죠. 그의 죽음은 갑작스러웠기 때문일지는 몰라도, 어느 사건 때보다 더 큰 상실감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는 내색하지 않는 소탈한 사람이었습니다. 명배우 故 김무생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부모의 후광을 등에 업고 배우로서 탄탄대로의 길을 걸을 수 있었나,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습니다. 1998년 SBS 공채 탤린트로 연기 인생을 시작해, 작은 단역 역할부터 수행하며 천천히 그의 영향력을 넓혀갔죠.
출처: 매일경제, 1박 2일
패션을 사랑했던 그가 패션을 대했던 태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당대에도 ‘패셔니스타’로 꼽히던 여러 인물이 있었지만, 그는 무언가 달랐습니다. 그의 옷은 트렌디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았습니다. 그 때문에 그다지 눈에 띄지도 않았죠. 대신 묵묵히 자신이 좋아하는 패션을 구현했습니다. 더블탭스(WTAPS)와 네이버후드(NEIGHBORHOOD)는 그가 가장 사랑했던 대표적인 브랜드들이었죠.
트렌드에 관계없는 그의 패션 세계는 대체로 멀끔한 정장을 입고 등장하는 제작 발표회장이나 시사회장에서도 이어졌습니다. 그런 탓에 한 언론사에서 선정한 ‘워스트 드레서’에 꼽히기도 했죠. 대중들이 말하는 패셔니스타가 되는 방법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자리와 때에 맞게 유행하는 룩을 선보이기만 하면 됐습니다. 그게 어렵다면 실력 있는 스타일리스트를 고용하는 방법도 있었죠. 그러나 그는 결코 그러지 않았습니다.
출처 : 스포츠경향
훗날, 그의 패션이 인정받은 후 방송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물은 ‘패셔니스타의 비결’에 대한 질문에 그는 담담한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옷을 많이 사보고 입어보면서 실패도 해보고 그래야 패션 센스가 늘어나는 게 아닐까요?” 진지한 분위기의 인터뷰가 아니었기에 “그냥 돈 많이 쓰면 돼!”라는 재치 있는 답변을 덧붙이며 빠르게 넘어갔지만, 패션을 포함한 어떤 일에도 지름길은 없다는 그의 신념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그가 트렌드에 완전히 눈을 돌린 것은 아닙니다. 한 잡지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휴가를 받으면 유럽 전역의 유명 패션 편집숍을 순회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죠. 그가 만약 트렌드를 의도적으로 저버린 반골이었다면 그런 답변을 내놓지 않았을 겁니다. 항상 열려있는 마음으로 다양한 것들을 보고 느끼면서 나에게 맞는 패션을 찾아가는 과정을 누구보다 즐길 줄 알았던 사람이었죠.
출처 : 1박 2일
그에게 배우이자 예술인으로서 권위 의식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순박하고 친근한 동네 형에 가까웠죠. 이러한 그의 모습은 스크린이 아닌 브라운관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전 국민이 사랑하는 장수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을 통해 ‘구탱이형’이라는 구수한 별명과 함께 배우 김주혁이 아닌 사람 김주혁의 모습도 가감 없이 보여줬죠.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그렇게까지 길지 않았던 활동 기간이었지만, 출연진과 스태프들을 모두 울음바다로 만든 마지막 촬영 현장은 그가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따뜻한 사람이었는지를 방증합니다.
출처 : 씨네21
그와 알고 지냈던 이들은 실제 그의 성격과 가장 비슷했던 배역으로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의 광식 役과 유작 <흥부>의 조혁 役을 꼽습니다. 둘 모두 늘 많은 것을 양보하고 희생하며, 줄곧 정의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죠. 그랬던 사람이었기에 사람들이 더욱 슬픔을 느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서 그가 연기한 우진이 이수에게 담담히 이별을 고하듯, 김주혁은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나갔습니다. 그러나 영화가 내면의 아름다움을 말하듯, 그 역시 우리의 마음속에 진실함과 다정함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5년이란 세월이 흐른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PLAYLIST
Glide
Mitski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의 OST를 커버한 영화 《애프터 양》의 OST. 유약한 음성과 뜻 없는 가사는 남고, 세션 사운드만이 조금 더 우렁찰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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