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차 관람 열풍을 일으킨 <더 퍼스트 슬램 덩크>의 원작 만화 <슬램 덩크>는 작가 이노우에가 실제 NBA의 스타들을 참고해 인물을 구상한 사실 알고 계셨나요? 그중에는 독특한 캐릭터성과 기행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가 있는데요. 그 주인공은 바로 강백호의 모델이 된 데니스 로드먼입니다. 그는 강백호에게 영향을 준 붉은 머리와 최고의 리바운더 포지션 이외에도 오클리 선글라스를 애용하고 다양한 헤어 컬러를 시도하는 멋쟁이였어요. 또 자기 자신과의 결혼 발표, 북한 김정은과 깊은 친분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죠. 코트 위의 악동, 데니스 로드먼은 강백호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요? 

최근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너의 이름은>과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이어 일본 애니메이션 국내 흥행 역대 3위를 달성했다. 그로 인해 그 시절 추억에 잠긴 기존 팬층과 새롭게 유입된 신규 팬층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원작 <슬램덩크>의 인기 또한 역주행을 달린다. 산왕 고교와의 경기를 다룬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달리 원작 <슬램덩크>는 빨강 머리의 양아치 강백호가 주연으로 등장해 우연히 농구부 동료들과 참된 스승을 만나 점차 농구를 사랑하고 배워가는 과정에서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하는 청춘물이다.

또 <슬램 덩크>의 등장인물들은 작가 이노우에가 실제 NBA의 스타들을 참고해 창조했다는 사실을 아는가? 트레이싱 논란의 붉어질 정도로 흡사한 일치율을 보이는 슬램덩크 속 주인공 강백호의 오마주가 된 이가 있으니, 바로 왕년의 NBA의 대표 악동 ‘데니스 로드먼(Dennis Rodman)’이다. 강백호와 플레이 스타일이 흡사하고, 경기장 밖에서의 급진적인 성격까지 쏙 빼닮아 마치 강백호의 살아있는 모습을 가늠하게 하는 NBA의 문제아. <슬램 덩크>의 작가 이노우에는 왜 수많은 NBA 스타 중 데니스 로드먼을 주인공으로 삼았을까?

백보드나 림에 맞아 튀어나오는 공을 다시 차지하는 농구 용어 ‘리바운드(Rebound)’. 강백호의 참고 모델이 데니스 로드먼임을 확신하는 증거는 바로 리바운드다. 만화 속 강백호와 실제 데니스 로드먼 둘은 모두 드리블, 슛, 패스를 제외하고 오직 리바운드에만 특화된 선수다. 또한 리바운드는 단순히 플레이 스타일을 떠나 두 번째 기회라는 점에서 두 선수의 인생을 관철하는 주제의식이기도 하다. <슬램덩크> 속 강백호는 아버지의 구타가 당연한 가정에서 자라며 뒤늦게 농구를 만나게 된다. 데니스 로드먼 또한 유년 시절 왜소한 체격으로 농구에 두각을 보이지 못하며, 고등학교 졸업 후 공항 청소부 생계를 유지하는 등 불우한 환경을 겪다 뒤늦게 꽃을 피우게 된다. 두 인물의 삶이 겹쳐 보이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리바운드는 인생을 향한 재도전이자 그들을 선수로 자리매김해준 상징적인 무기였다.

앞서 소개한 두 가지 공통점에서 볼 수 있듯 작가 이노우에는 인간 로드먼의 배경에도 흥미를 느꼈을 것이다. 누구보다 스포트라이트를 즐기던 로드먼은 스포츠 스타 이상의 영향력을 뽐냈고, 대중에게 불쾌감을 보이는 데도 거침이 없었다. 이러한 그의 성격은 고스란히 패션과 독특한 일화로 드러났다. 자신을 표현하기에 무엇이라도 부족했을 로드먼의 겉모습은 맥시멀리즘과 아드레날린의 도화지였다. 놀라운 일치율을 보여준 강백호와 로드먼. 이 둘 모두를 사랑한 팬으로서 한가지 바람이 마음속 오래 자리했다. 만약 원작 <슬램덩크>에서 그려지지 않은 강백호의 미래가 고교무대 이후 꾸준히 농구에 정진해 로드먼과 같이 늦은 나이에 프로의 무대에 데뷔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는다면? 또 허구의 세계를 넘어 강백호가 현실에 살아있다면 로드먼과 같은 인생을 살아가지 않았을까?’하는 헛된 상상을 해보며 로드먼의 인생을 계속 소개한다.

천연 빨강 머리 강백호와 달리 로드먼은 다양한 색상의 헤어스타일을 소화했다. 경기장 안에서 농구공 다음으로 관객의 시선이 오래 머물렀을 그의 유별한 헤어는 빨간색, 분홍색, 보라색, 에메랄드, 그린과 무지개색으로 물들었고 숫자와 시카고 불스의 로고, 스마일, 지그재그 패턴이 새겨지기도 했다.

또 성소수자와 에이즈 환자들이 탄압받자 로드먼은 에이즈 감염자 연대의 상징인 붉은 리본을 머리에 새겼다. 그는 “에이즈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고 싶었습니다. 나는 95년 플레이오프 동안 머리에 에이즈 리본을 염색했습니다.”라며 자신의 강직한 입장을 밝혔다. 로드먼에게 헤어 스타일이란 그저 자신을 뽐내는 수단이 아니라 스프레이로 거리에 흔적을 남기는 그래피티 행위예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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