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 한 해는 어떠셨나요? 트렌드가 요동치는 격동의 2025년, 그럼에도 연말은 왔습니다. 온큐레이션에게 연말은 흘러넘친 한 해의 이슈들을 다시 담아 소개하는 시간이죠. 이번에도 2025년의 주목할 아이콘을 선정하는 온큐레이션 <2025 패션 어워즈>를 공개합니다. 거대한 사건보다도 더 오래 남는 것은, 브랜드의 작은 움직임과 태도, 우리 일상에 스며든 말과 이미지들이에요. 단순한 ‘올해의 베스트’가 아니라, 한 해를 통과한 움직임들. 조용히 떠오른 이름들과 예상치 못한 협업, 시대의 초상과 편집부의 취향이 담긴 영화와 음악까지. 팀 온큐레이션이 선별한 2025년의 잊을 수 없는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곧 3년차에 접어드는 오토매틱포더피플은 비교적 이른 시일 내에 이름을 알렸다. 아메리칸 캐주얼이라는 남성향 장르에서 반짝이는 섬세함, 자신을 디자이너라고 칭하지 않는 디렉터의 겸손함 속에는 십수 년의 경력이 숨어 있었다. 오랜 시간만큼이나 단단해진 올곧은 신념은 유럽 진출이라는 포부로 이어진다. 한국에 등장한 외골수 자고류는 빠르게 흘러가는 패션 산업에서 과정의 아름다움을 되새긴다. 산골 동네에 숨겨진 작업실에서 직접 텃밭을 가꾸며 천연 염색의 원료를 수확하는 이들이 한국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울까. 일본과 유럽의 비효율을 추구하는 브랜드가 머릿속을 스쳐 가는 것도 잠시, 자고류의 가시적 성과는 그와 같은 족속에게 희망찬 본보기가 되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패션의 새로운 등대가 되어주고 있다. 일본에 등장한 한국인 디렉터 조영지는 네펜데스에서 타크티라는 신생 브랜드를 진두지휘하는 중. 독특한 시선으로 밀리터리 웨어를 해체하는 그녀의 터치는 엔지니어드 가먼츠의 정취를 되살린다. 페미닌한 밀리터리 웨어라는 여성복으로서 쉽지 않은 길을 걷는 그녀의 브랜드에 격려와 응원을 보낼 수밖에.

애플이 비전 프로 제작에 열을 올리던 사이, 메타는 레이밴과 손잡고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계획을 세웠다. 카메라와 스피커, 무엇보다도 AI가 탑제된 스마트 글라스는 고작 손목에 머물던 웨어러블 테크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었다. 대중화가 멀게만 느껴졌던 스마트 글라스의 기술력이 패션 브랜드와 만나 진일보한 순간. 푸마와 산산기어의 협업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이제는 국내 패션 씬에서 포지션을 명확히 한 산산기어는 푸마의 지난 아카이브를 발굴, 2004년에 출시된 ‘탈론’을 그들의 방식으로 다시 한번 세상에 선보였다. 여타 미디어가 이름에만 집중한 것보다도 거대하고, 원숙한 협업. 메종 마르지엘라는 그간 공석이었던 라인 2에 패션과 문화 예술의 교류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할당했다. 마틴 마르지엘라와 작별 이후 가장 커다란 변화가 글렌 마틴스 체제에서 이뤄진 것. 그 거대한 프로젝트의 시작은 한국의 비주얼 아티스트 정희민과 사운드 아티스트 조율의 설치 미술 작품으로 세계에 알려진다.

그야말로 조나단 앤더슨의 한 해였다. 로에베를 지나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그는 디올 최초의 남녀 총괄 디렉터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JW 앤더슨 컬렉션의 잠정 중단, 디올의 첫 쇼에서 선보인 눈물과 고독한 뒷모습까지. 극한의 압박을 견디고 몸을 불사르는 그에게 패션 어워즈 3년 연속 올해의 디자이너라는 영애는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을까. 에실로룩소티카에 인수된 슈프림은 과거의 영광을 잃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 중이다. VF코퍼레이션 시절보다도 적극적으로 협업을 펼쳐나가는 그들의 파트너는 모두 지금의 슈프림과 같은 처지.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와 트루릴리전, 주욕과 굿이너프. 단순한 과거의 반복은 볼품없지만, 그 주체가 슈프림이라는 것은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국내에서는 JKND의 카키스가 ‘열일’ 하는 중. 피자 슬라이스를 한국에 들이고, 나카다 신스케의 언라이클리 팝업을 주관하는 등 브랜드의 색채를 선명히 했으며, 특히 까다롭기로 소문난 에브리원, 애드섬과 협업을 이루는 등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편집숍이 된 그들의 성장세에 희망찬 기대를 걸어 보아도 좋다.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된 관세 정책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거대한 도발이었다. 그의 말 한마디에 전 세계가 술렁거렸고, 관세 정책은 ‘무역 전쟁’으로까지 치닫는다. 역대 가장 파격적인 미대통령의 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 협상은 아직도 이어지는 중. W 코리아의 유방암 행사는 유방암 인식 향상 자선 캠페인이라는 명분이 무색한 사교 파티가 되었다. 대중의 분노는 행사의 취지를 곡해한 참가자들에게 향했지만, 패션 매거진의 본분이 주객전도된 W 코리아 역시 날 선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브랜드 협찬 광고에 의존하는 패션 매거진의 한계, SNS를 통한 이슈 만들기에 급급한 온라인 미디어 작동 방식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난 현장이었다. 이미 한차례 논란이 불거졌음에도, 국내 패션 산업의 충전제 혼용률 문제는 개선의 여지가 부족해 보인다. 떠오르는 브랜드였던 해칭룸은 덕 다운을 구스 다운으로 표기하며 순식간에 고꾸라진 것. 무신사가 지난날의 과오를 바로잡고 애써 수습했지만, 연이은 실수는 의심으로 귀결될 수밖에. 한국 패션 브랜드의 인식을 저해하는 일련의 사건에 대중의 반응은 냉담했다.

온큐레이션은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영역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트렌드를 바라보고 그 안에서

마주하는 색다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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