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 한 해는 어떠셨나요? 올 한 해는 모두가 입을 모아 “트렌드가 없는 것이 트렌드”라는 말을 했죠. 하지만 그 안에서도 분명 두각을 드러내는 몇몇은 존재했습니다. 빠르게 확산하고 사그라드는 게 트렌드라지만, 모든 것엔 이유가 있고, 각자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법. 팀 온큐레이션은 2024년에도 패션 문화에 숨겨진 이야기와 가치를 조명하려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남몰래 반짝이던 보석 같은 국내 브랜드를 응원하기도,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버린 트렌드는 반기를 들어 곱씹어보기도 했죠. 그 과정에서 한 해 동안 잊을 수 없는 이슈를 되새겨보며 <2024 패션 어워즈>를 준비했습니다. 내년이 더 기대되는 라이징 브랜드부터 취향이 담긴 영화와 음악 이야기까지. 다사다난했던 2024년, <온큐레이션>이 선별한 이야기를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2024년은 러닝을 빼놓고 논할 수 없다. 유럽에서 시작된 거대한 흐름이 한국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새티스파이는 러닝을 스타일리시하게 만든 주요 브랜드 중 하나. 한 해 동안만 오클리, 호카, 아워 레가시 등의 브랜드와 협업을 이루며 매섭게 트렌드를 선도했다. 국내 아티잔 브랜드의 한 축을 담당한 Lcbx는 묵묵히 정진한 끝에 빛을 발했다. 디자이너이자 아키비스트, 김태진 디렉터는 공산품이 난립하는 21세기에 폐쇄성 짙은 아티잔 장르를 수년간 고수했고, 철저하고 미세하게 계산된 테일러링은 웅크린 시간만큼이나 견고했다. 다시 돌아온 히스테릭 글래머는 별반 다를 바 없었다.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시간이 흘러 그의 작품이 아카이브의 반열에 들어섰다는 점. 기타무라 노부히코는 40년간 우직했고, 사이키델릭한 색감, 관능적인 그래픽은 젊은 세대의 흥미를 돋우기에 충분했다.

뉴진스와 후지와라 히로시의 만남은 이례적이었다. 캐피탈과 베이프를 입었던 뉴진스는 K-pop 아티스트의 새로운 활로를 열었고, 마침내 프라그먼트의 수장에 닿았다. 대한민국의 10대 소녀들이 우라하라의 부활에 기여하며 양국의 문화 교류를 일궈낸 예상치 못한 만남. VDR은 패션 칼럼니스트 박세진 작가를 올해의 협업 파트너로 선정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만남이지만, 고개를 휘젓는 이는 없었을 터. 본인의 개성으로 오롯이 채워진 옷은 그간 외쳐왔던 패션과 의복의 경계를 고찰한다. VDR의 옷 위에 기고한 박세진 작가의 물음은 로컬 패션 산업의 저변을 넓히는 소중한 한 걸음이었다. 예술의 도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은 개최국의 위용을 한껏 뽐냈다. Lvmh의 지휘 아래 올림픽 및 패럴림픽 개막식을 위한 자국 대표팀의 의상은 벨루티가 제작했고, 우승의 영예는 루이비통의 트렁크에 보관되었다. 프랑스는 패션을 통해 국위를 선양하는 대표적 사례를 전 세계 앞에서 몸소 실천했다.

2024년 서울은 글로벌 브랜드의 관심으로 들떠있었다. 웍스아웃은 국내 스트리트 패션 씬의 활로를 찾기 위해 대한민국 패션 요충지 성수, 신사에 각각 휴먼 메이드와 팔라스 스케이트보드의 진출을 담당했다. 특히, 휴먼 메이드가 불러온 파급 효과는 대단했다. 니고와 함께 그 퍼렐 윌리엄스가 한국을 찾았기 때문. 부산에서 개최된 주피터 전시와 서울에서의 단편 영화 시사회까지 퍼렐의 한국 투어는 살인적인 일정이었다. 루이비통 디렉터로서도, 힙합 아티스트로서도 쉬지 않는 그의 나이가 51세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는 후문. 당장 지난주만 해도 유니세프 친선 대사로 임명되며 어느 때보다 바빴던 2024년의 의미 있는 마침표를 찍었다. 이토록 국내에서 스트리트 브랜드가 득세할 때 뉴발란스는 묵묵히 할 일을 했다. 미우 미우, 준야 와타나베, 오라리 등 굴지의 브랜드와 전부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무수한 협업을 거쳤다. 디스트릭트 비전, 이세이 미야케 등과 출시한 러닝화는 시류에 올라타면서도 러닝에 근간을 둔 뉴발란스의 헤리티지를 독창적으로 풀어냈고, 특히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케일과 선보인 ‘1906R’은 올해 최고의 협업 스니커즈로 꼽고 싶을 정도.

올해는 또 얼마나 다사다난했을까. 민희진과 하이브의 경영권 분쟁은 연예 소속사에서 한두 번쯤 있을 법한 사건으로 치부될 뻔했지만, 민희진의 대담한 기자회견은 기존과는 확연히 달랐다. 이를 시작으로 하니의 국정감사 참고인 출석과 하이브 내부 모니터링 문건 논란, 뉴진스의 전속계약 해지 등 사건은 일파만파 커지는 중. 국정감사에서 발목을 잡힌 것은 하이브뿐만이 아니었다. 일방적 가맹 계약 종료로 논란을 일으킨 피터 곽 아디다스 코리아 대표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소환되었다. 유창한 한국말을 구사함에도 주머니에 손을 넣고 통역을 대동해 영어로만 대화하는 등 태도 논란이 불거졌는데, 가맹점주에 대한 갑질 횡포가 아닌, 태도 논란이 더욱 주목받는 것은 안타까울 따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월 3일 밤,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45년 만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그러나 즉각적인 야당과 시민의 반발로 계엄은 6시간 만에 종료되었고, 더불어 군과 시민 간의 폭력 사태 또한 일어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윤석열 대통령은 12월 14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되었으며, 헌정 역사상 세 번째로 탄핵심판대에 올랐다..

온큐레이션은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영역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트렌드를 바라보고 그 안에서

마주하는 색다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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